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발표되었던 시리는 음성비서 시대를 열었던 선구자였습니다. 사실 시리는 아이폰 앱으로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이걸 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무려 17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걸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할 정도였습니다. 합병 후에도 시리 주간회의에 매번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리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애덤 체이어의 발표 영상을 소개해드립니다. 자연어처리 전문가로 가장 핵심적인 멤버였습니다. 스탠포드의 연구소인 SRI에서 15년 넘게 인공지능 비서를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다르파에서 지원한 CALO의 총 책임자가 됩니다. 군대에서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과제가 마무리되고 나서 벤처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바로 시리입니다. 당시 혁명적이었던 시리가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시리의 발표 이후 다른 기업들도 앞다투어 음성비서 개발에 뛰어듭니다. MS 코타나가 2014년 4월, 아마존 알렉사가 2014년 11월, 구글 어시스턴트가 2016년 5월에 출시됩니다. 시리가 3~5년 정도 앞섰지만, 오히려 지금은 다른 제품에 밀리고 있습니다. 시리의 출시 바로 다음 날, 잡스가 췌장암으로 죽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지지자였던 그가 사라지자 시리에 대한 지원도 끊기고 말았습니다.

만약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매킨토시의 GUI, 아이폰의 터치UI처럼 음성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애플 역시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