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에 앱스토어에서 Botnet이란 매우 흥미로운 앱이 출시됐습니다. 내가 글을 쓰면 수십명의 가짜 AI 유저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줍니다. 나만 존재하는 1인 SNS였습니다. 당시 GPT-2를 베이스로 커뮤니티 댓글들을 크롤링하여 학습했다고 합니다. 신기하긴 했지만 AI 성능이 떨어지는게 문제였습니다. 말도 잘 이어지지 않고 문장 자체가 좀 재미가 없었습니다.

최근 Melonn이라는 비슷한 서비스가 새로 공개됐습니다. 트위터와 거의 유사한데 나만 사람이고 나머지 유저들은 모두 AI입니다. 내가 글을 올리면 1분 정도 모든 AI들이 댓글을 남깁니다. 내 프로필 설명을 참고해서 댓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대댓글을 쓰면서 1:1 DM 처럼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10명 정도의 AI가 있고 모두 고유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약간 시니컬한 shiba_inu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LLM 덕분에 AI의 성능이 높아져서 그런지 Botnet보다 훨씬 재미도 있고 몰입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내 속마음을 올리고 거기에 대해 감정을 나누는 경험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랄까요.

사실 SNS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관심을 주고 인정해줄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에 목매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커집니다.

앞으로 AI가 이런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을까요. 아직까진 AI가 사람을 대체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AI 하고만 관계를 맺다보면 뭔가 명확한 한계가 느껴집니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호기심도 부족하고요. 다만 AI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이런 갭이 점점 줄어들 것은 확실합니다. 언젠가는 AI만의 세상에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 모르죠.

< 멜론, 1인 SNS >

https://www.melonn.xyz/

< Botnet 기사 >

https://www.vice.com/en/article/automation-puts-reply-guys-out-of-work-in-fake-social-media-app-b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