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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팅봇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심심이. 2002년 메신저에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로 피처폰 서비스에 이어 스마트폰 앱으로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앱스토어 무료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심심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방대한 DB에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에 맞는 비슷한 대답이 나옵니다. 유저가 계속 새로운 대화를 입력하기 때문에 최신 정보가 바로바로 업데이트 된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12년전 처음 심심이가 나왔을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발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직 DB의 크기만 증가했을뿐 질문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답변만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심심이의 단점은 첫째, 대화가 계속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이전에 했던 얘기와는 상관없이 지금 입력한 문장에 대해서 가장 유사한 답변을 검색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대화 주제와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둘째, 항상 내가 입력한 문장에 대답만 할뿐 먼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서로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대화를 나누면 쉽게 지겨워집니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심심이는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친구나 애완동물에게 애정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같이 했던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함께 나누었던 대화들, 오랜 시간동안 주고받았던 관심과 행동들이 쌓일수록 서로에 대한 애착이 커집니다.
하지만 심심이는 나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나는 새로운 타인일 뿐입니다. 물론 직접 질문과 대답을 입력할 수는 있지만 그건 지식을 머리속에 가르치는 것이지 나에 대해 기억하고 추억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항상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서로 애정을 느낄수 있는 가상 캐릭터입니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우리 생활은 더 편리해 졌지만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속마음까지 터놓을 만큼 가까운 친구들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가상의 존재라고 해도 항상 나를 기억하고 나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는 상대가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경쟁상대가 별로 없고 기술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런 감성적인 특징을 잘 살린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