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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비트워터 판매기

조회 수 117 추천 수 1 2018.01.13 11:41:13


인공지능에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이슈인 비트코인에 대한 소설을 한번 써봤습니다.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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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가 나룻터를 지나다 불현듯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장 시장으로 달려가 작은 물병을 통째로 구입하여 대동강물을 담기 시작했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한 광경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

"여보게 이 사람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왜 큰 양동이로 물을 길지 않고 작은 병에 담는 것인가."


"허허. 이것은 물이 아니라 비트워터라는 화폐라오. 앞으로 이것이 엽전을 대신하게 될 것이네."


"이 사람이 실성을 했구만.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강물을 돈이라고 하다니. 쯧쯧."

사람들은 이제 관심이 없다는 듯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봉이 김선달은 주위의 손가락질에도 열심히 물을 병에 옮길 뿐이었다. 대동강물은 무한하지만 비트워터는 채굴에 제한이 있다. 처음 4년간 전체의 절반을 얻을 수 있고, 매 4년마다 채굴할 수 있는 물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약 30년이면 모든 비트워터가 생산된다.

 

 


봉이 김선달은 4년동안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대동강으로 가 강물을 병에 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욕을 해댔다. 어느날 봉이 김선달이 물병들을 짊어 메고 집으로 가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안녕하시오. 내 지금 목이 마른데 그 물병 하나만 나에게 파시오. 얼마면 살 수 있소."


"1냥이외다."


"예끼 이 사람아. 무슨 물 한사발이 국밥 한그릇 값을 받는다 말인가. 농담이 지나치구만."


"이건 물이 아니라 비트워터라는 화폐라오. 몇 년 뒤면 이거 하나로 집 한채는 너끈히 살 수 있을 것이오."

"재밌는 사람이구만. 좋소. 내 속는 셈 치고 한병 사겠소. 허허."

봉이 김선달에게 물병 하나를 산 그 사람은 나중에 저잣거리에서 국밥 한 그릇으로 기왓집을 샀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동강물을 담기 시작하기 4년정도 지나자 이제 봉이 김선달은 전체 비트워터의 절반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를 시작할 때이군."

 

 


봉이 김선달은 한성의 이대감 집을 찾아갔다. 몰락한 양반집안의 자제로 말단 관리부터 시작해 영의정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지금은 정치에서 은퇴했지만 허수아비 왕을 세워놓고 여전히 막후에서 조선을 움직이는 실세였다.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봉이 김선달은 비트워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던 이대감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허.. 이 사람.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구먼. 내 힘 닿는 대로 도와줌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대감 다웠다. 비트워터에 대한 설명만 듣고 봉이 김선달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한 것이었다.

"내 몫으로 얼마를 줄텐가."

"제가 가지고 있는 비트워터의 10%를 드리겠습니다."

"절반을 내놓게. 그 이하로는 절대로 안되네. 어자피 내가 없으면 비트워터는 한낱 맹물이지 않은가."

잠시 생각에 잠긴 봉이 김선달이 말했다.

"좋습니다 대감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앞으로 모든 계획은 제 지시에 따르셔야 합니다."

"하하하. 당연하지 이 사람아. 자네만 믿네."

 

 


그 날부터 이대감을 등에 업은 봉이 김선달은 본격적으로 비트워터의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기 수하의 사람들을 이용해 서로 사고팔면서 비트워터의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였다. 또한 저잣거리에 사람들을 풀어 엽전을 대신하는 새로운 화폐로 비트워터가 대세가 될거라며 소문을 내었다. 점점 시장의 상점뿐만 아니라 관청에서도 비트워터를 엽전 대신 받기 시작했다. 물론 이대감이 뒤에서 손을 써준 덕분이었다.

그동안 봉이 김선달 혼자 길었던 대동강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하루에 담을 수 있는 물에는 제한이 있고 사람이 몰릴 수록 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물은 더 적어졌다.

처음 1냥이았던 비트워터는 이제 무려 10000냥이 넘어갔다. 봉이 김선달과 이대감은 30년간 채굴할 수 있는 전체 비트워터의 절반을 가지고 있었고 그 규모는 조선 정부의 일년 예산을 훨씬 넘어섰다. 여전히 비트워터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흘리면서 조금씩 가지고 있던 비트워터를 팔기 시작했다. 조선의 무지한 백성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채이자를 빌려가며 거래소에 나오는 물량을 모두 떠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선의 임금이 문조로 바뀌었다. 봉이 김선달은 백방으로 조정과 끈을 닿기 위해 힘썼지만 허사였다. 새로운 임금과 관리들은 백성을 생각하는 청렴한 사람들이었다. 비트워터의 가격은 이미 15000냥을 넘어섰다. 서당에 다니는 학생들조차 비트워터를 사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임금이 조만간 비트워터에 대한 규제를 할거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예상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임금이 저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봉이 김선달과 이대감은 마지막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비트워터의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거리엔 온통 비트워터에 대한 이야기로 넘처났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앞다투어 비트워터야 말로 꿈에 그리던 화폐라며 극찬을 하였다. 이제 비트워터는 20000냥을 넘어서며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나갔다. 물론 봉이 김선달과 이대감은 수중에 있는 물량을 계속 정리하고 있었다. 

 

 

 

비트워터 광풍을 보다 못한 임금은 결국 다음과 같은 교지를 내렸다.

 

"무릇 화폐라 함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금은 예로부터 귀중한 금속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히 다루어져 왔고, 엽전은 나라에서 모든 책임을 보장한다. 그러나 비트워터는 누가 그 가치를 부여하는가. 단지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는 환상뿐이지 않는가. 앞으로 거래소에서 비트워터를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노라. 단, 개인적으로 사고파는 것은 허락한다. 흔한 맹물을 비싼 돈으로 주고 사는 어리석은 백성들까지 막을 수는 없으니."

 

비트워터의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봉이 김선달은 많은 사람들을 풀어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기회라며 저가에 매수하도록 부추겼다. 거기에 속은 백성들이 또다시 앞다투어 구입을 하였고 다시 비트워터의 가격이 올라갔다. 봉이 김선달과 이대감은 마지막 남은 물량을 이때 모두 털어내었다.

 

큰 손들이 가지고 있던 비트워터를 집중적으로 팔아제끼자 결국 가격이 끝도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20~30%는 우습게 내려갔다. 반토막이 날때도 허다했다. 백성들은 절망에 빠졌다. 고리대금으로 빌린 돈까지 모두 쏟아부은 사람들은 모든 일손을 놓고 허망하게 하늘만 볼 뿐이었다. 20000냥까지 올랐던 비트워터는 이제 10냥이 되었다. 그래도 처음 시작했던 1냥보다는 10배 높은 가격이었다. 

 

 

 

봉이 김선달은 아무도 모르게 다시 비트워터를 매집하고 있었다. 이에 궁금해하던 하인이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나리. 왜 이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비트워터를 모으시는 겁니까."

 

"이 사람아, 임금이 천년만년 임금일 것 같은가. 광해군때를 잊었느냐. 임금만 바뀌면 언제든 다시 비트워터의 가격을 올릴 수가 있을 것이네. 너는 잠자코 내 말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봉이 김선달은 방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다음 임금으로는 누가 좋을까나... 내일 이대감을 만나 오랜만에 얘기를 좀 나누어야 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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