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변화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습니다. 당장 AGI가 나온다고 해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반대로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키오스크입니다. 과거에는 롯데리아에 가면 최소한 2~3명이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 키오스크가 생기더니 카운터에는 한 명만 남았습니다. 영화관이나 패스트푸드에만 도입된 키오스크는 불과 1~2년만에 동네 골목의 작은 식당들까지도 전부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챗봇이 유행일때 너도나도 상담봇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챗봇은 답답하기만 해서 무조건 사람과 통화하길 원했으니까요. 만약 ChatGPT 고급음성모드 수준에 에이전트 기술로 액션까지 수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상담원이 쓰는 PC화면을 직접 AI가 조작한다면 요금 조회나 변경, 해지 등 대부분의 일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복잡한 문의는 여전히 상담원이 필요하겠지만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도 ChatGPT 모먼트에 비교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생산 라인을 전부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 중심의 현재 공장 시스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나사 조이는 것 같은 간단한 작업이라도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사람의 연봉보다 로봇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면요.

기술이 한계점을 넘어서고 그로 인한 이익이 확실해지면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입니다. 정부에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미국이나 중국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데 한국만 규제를 한다면 그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이 약화됩니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낙관할 수도 없습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