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억원을 투자받는 배치 프로그램에서 최종 탈락했습니다. 총 521개 팀이 지원했는데 발표평가에 60개팀, 인터뷰에 30개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저희는 인터뷰까지 갔지만 최종 20개팀에 들지 못했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상위 5.7%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희 아이템이 새로 시작되는 분야이고 아직 성공한 케이스가 없어서 VC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네요.

레플리는 AI 아바타 SNS입니다. 저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바로 외로움입니다. 최근 캐릭터챗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외롭기 때문입니다. 콜 포비아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코로나가 그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했고요.
 

캐릭터챗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AI가 사람보다 기억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가족이나 친구가 소중한 이유는 그동안 함께 쌓아왔던 추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서로간의 애착이 형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AI가 사람 수준의 기억력을 갖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캐릭터챗의 중독성도 문제입니다. 최근 CharacterAI에 빠져있던 미국의 14살 소년이 자살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AI는 사람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나에 대한 선입견도 없고, 24시간 언제나 나만을 위해 있어주니까요. 그렇게 AI와의 대화가 늘어나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AI는 기억이나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외로움을 100%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사람들을 찾기에는 이미 AI에 중독되어 버렸고요.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캐릭터챗은 해자가 없습니다. 더 싸고 기능이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금방 이동합니다. 뤼튼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을 경쟁사 대비 1/5로 내렸기 때문입니다. AI 캐릭터는 유튜브 영상이나 웹툰과 달리 5분이면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쉬워서 이미 레드오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어에 대한 해자 역시 없습니다. 무료에다가 기능도 더 좋은 해외 서비스가 언제든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습니다.

레플리는 단순히 AI와 대화하는걸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I는 그 과정을 도와줄 뿐입니다. 이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은 SNS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또한 SNS는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 선점시 강력한 해자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최근 MZ세대들은 데이팅 앱보다 인스타 같은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SNS는 무료인데다 그 사람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모르는 사람에게 DM을 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보내도 상대방이 스팸으로 여기고 차단할 수 있고요.

레플리는 우선 각 사용자가 자신을 닮은 AI 아바타를 만듭니다. AI 캐릭터의 기술과 동일하게 간단한 설명만으로 빠르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앱 안에 내장된 SNS 피드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의 AI 아바타에게 DM을 보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아닌 AI 아바타라 부담이 없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에게 푸시 알림이 가는데요. 자신의 아바타와 상대방이 나눈 대화를 보고 본인도 마음에 들면 직접 답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도록 AI가 도와주는 것이 레플리의 목표입니다.

과거 틱톡은 스마트폰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누구나 영상을 찍어 바로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LLM이란 혁신적인 기술이 대중화되었습니다. 분명 여기에 맞는 새로운 SNS가 곧 등장할 것입니다. 이미 2022년에 오픈타운이란 AI 아바타 SNS가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AI의 성능이 낮아서 아바타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지금은 LLM 기술로 본인의 페로소나가 담긴 아바타를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LLM이 대중화된 지금이야말로 AI 아바타 SNS가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메타 역시 인스타그램에 AI 아바타를 넣으려고 준비중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레드처럼 별도의 전용 앱을 만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기술보다는 사용자를 납득시키는게 훨씬 어렵습니다. 스레드는 트위터를 그대로 카피했지만, AI 아바타 SNS는 아직 정답이 없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빠르게 실험하고 학습하여 PMF를 찾아야 합니다. 이는 예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을 이긴 것처럼 작은 스타트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레플리는 현재 SNS만 추가된 상태입니다. 다음 달에 AI 아바타와 대화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AI 아바타 SNS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사실 혼자 하기보다는 같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회사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래야 사용자들이나 투자자들을 이해시키기도 더 쉬울 테고요. AI 아바타 업데이트 이후 본격적으로 후속투자 라운드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AI의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사람의 가치가 더 소중해질거라 생각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주는 위안과 행복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레플리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AI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