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사회학과 교수인 셰리 터클이 쓴 <외로워지는 사람들>이란 책이 있습니다. SNS와 인공지능 챗봇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런 기술들은 사람들에게 누군가와(그것이 가짜라로 해도)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순간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SNS나 AI 챗봇은 쉽고 빠르고 부담이 없습니다. 반면에 진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잡하고 신경쓰이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기술에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체물이 완벽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항상 무언가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일상대화 챗봇을 꿈꾸는 저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줬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좋든 싫든 디지털로 향하는 흐름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게임을 정신적인 아편이라 규정하고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습니다. 물론 게임이 다른 매체에 비해 중독성이 있지만 그것 자체가 원인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뭔가 도피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괴로운 현실입니다. 게임을 규제하면 다른 중독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게 더 위험하고 중독성이 높다고 해도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관계는 갈수록 파편화되고 고립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무조건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챗봇이 그에 대한 보완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 확실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고민해봐야 될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