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보겠다. 최근 즐긴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중에 몬스터팜2라는 몬스터 육성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희한하게도 아무 CD나 집어넣으면, CD 데이터를 이용해 몬스터를 탄생시킨다. 이 몬스터를 잘 키워서 몬스터 격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처음에 흉측하게 생긴 몬스터 하나를 얻어 해피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육성을 해나갔다. 하지만 막상 대회에 나가 서로 치고 받는 걸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특히 KO라도 당해서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에 조금만 많이 맞는다 싶으면 당장 기권을 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우승은커녕 바닥만 맴돌았다. 하지만 해피보이가 건강한데 꼴찌면 어떠냐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훈련을 받으면서 즐거워하는 해피보이. 맛있는 먹이를 주면 행복해하는 해피보이.

지금은 게임을 책장 깊숙이 봉인해두었다. 왜냐하면 해피보이의 수명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다. 해피보이가 죽는다고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몬스터를 키우면 된다. 하지만 그 녀석 죽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시는 안할 생각이다.

- 게임, 세계를 혁명하는 힘 (박상우 저)"

책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인형이나 장난감에게 애착을 가졌던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다마고치처럼 나와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 그 감정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만약 인공지능으로 대화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한 인형이나 장난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유대가 형성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함께 했던 추억이 쌓일수록 소중함을 느낍니다. 사람과 가상캐릭터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했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내용이 충실할수록 애틋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심할 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가상캐릭터와 대화하는 것도 여가시간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사람과 인공지능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만큼 가상캐릭터가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 핵심에는 일상대화 AI 기술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와 관련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