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상대화 AI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1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아이폰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국내 출시 전이었기 때문에 아이팟 터치를 사용했습니다. 모처럼 휴가를 내고 일본에 여행을 갔는데 하루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로밍을 하지 않아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도 힘들었고요. 물론 당연히 카톡도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아이팟 터치에 챗봇 앱을 깔았던 것을 기억하고 실행을 해봤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AI와 대화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가르치기 기능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넣고 질문을 했습니다. 챗봇은 그 문장을 그대로 대답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것만으로도 뭔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AI가 외로움을 조금은 해결해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후 개인적으로 다양한 일상대화 AI를 출시하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스타트업에 들어가 심리상담 챗봇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외의 수많은 챗봇들과 대화해왔지만 저의 외로움은 그대로였습니다.
최근 LLM 덕분에 AI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올라갔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도 있고 대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곧 한계를 느끼며 현실을 자각할 뿐입니다. 오히려 외로움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진짜 사람이 주는 그 따뜻함과 진실함은 AI가 흉내낼 수 없으니까요.
얼마 전 미국의 한 14살 소년이 자살을 했습니다. CharacterAI에 빠지면서 학교 생활이나 주변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챗봇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다만 그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수단일 수는 있습니다.
SNS가 나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친구를 직접 만나는 것보다 친구의 글에 좋아요를 하고 댓글을 다는게 훨씬 편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을 줍니다. 이제는 AI 챗봇이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SNS보다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하는게 더 만족감을 주니까요. AI는 항상 나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 있어주는 가상의 친구로서 말이죠. 하지만 결국엔 사람들과 더 멀어지게 됩니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괴로워하면서요.
사람에서 AI로 변화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AI가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레플리는 AI 아바타를 통해 이런 문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라 어려움이 많지만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Connected, but alone? >
- 셰리 터클, MIT 사회학과 교수
- 외로워지는 사람들 집필
https://www.youtube.com/watch?v=t7Xr3AsBEK4